"교수님과 '롤' 한판"…게임, 교육이 되다

입력 2021-08-15 17:25   수정 2021-08-16 00:30

“티어(등급)가 어떻게 되세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게임 학원 ‘한국이스포츠아카데미’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학생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롤)를 전문적으로 교육한다. 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10대 학생들은 게임 실력에 따라 9개 반에 배정돼 전문적인 수업을 받는다.

이곳의 학습 열기는 대치동 입시 학원에 못지않다. 세계랭킹 상위 6%에 들어야 겨우 ‘프로게이머 기초반’에 들어갈 수 있다. 학원에서 만난 김모군(13)은 “부모님의 권유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3년 안에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게임하고 학점도 딴다
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게임이 취미의 차원을 넘어 정식 교육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e스포츠 정식 과목을 개설하는 대학들도 등장하고 있다.

15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체육교육과가 2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e-스포츠’ 교양 강의를 개설했다. “연세대에서 e스포츠를 다루는 강의는 처음”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스포츠로서의 입지가 커졌기 때문에 이를 스포츠로서 제대로 인식하는 방법과 체육 효과 등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커리큘럼에는 LoL, 스타크래프트2, 클래시로얄, 하스스톤 등이 포함됐다. 강의를 개설한 이태형 교수는 “직접 e스포츠를 하면서 학생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한편 e스포츠에 대한 이론적 배경도 설명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가르치기 적합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스포츠과학부에서 e스포츠 수업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매년 2학기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호남대는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e스포츠산업학과를 지난해 개설하고,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e스포츠 아마추어 게임단 ‘수리부엉이’를 창단했다. 정연철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장은 “아직 초창기다 보니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없어, 이를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셰넌도어대와 e스포츠 교류전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전용 교과서도 나와
고등학교에서도 e스포츠학과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은평메디텍고등학교는 올해부터 e스포츠학과를 열어 신입생 39명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 최초 e스포츠 교과서인 ‘고등학교 e스포츠 실습’이라는 책도 펴냈다.

‘e스포츠 윤리’와 ‘e스포츠 심리훈련’ 등 교과서의 검인정도 기다리고 있다. 헤드셋, 게이밍 마우스·키보드는 물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갖춘 실습실도 교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유옥식 교사는 “프로리그에 데뷔하길 바라는 학생들이 주로 온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어려워지자 해외 메신저 ‘디스코드’의 음성 채팅 기능을 활용해 수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 윤리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선수를 양성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체계적 교육 필요성 커져”
국내 e스포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총 규모는 2018년 1433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807억4000만원으로 26.1%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가 산업으로서 자리잡으면서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예전에는 게임 개발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프로그래머는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범위가 넓어졌다”며 “산업이 커지고 인력 수요가 늘다 보니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에서도 e스포츠를 가르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영/권용훈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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